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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27일 수요일

아침이 밝아 올 때까지 술을 마셔도 위안이 되지 않을 때 - Pat Metheny

지금 저는 Pat Metheny의 "Offramp" 음반을 듣고 있습니다. 참 오래된 음악이고 아주 오랫 동안 수도 없이 저를 위안해 주었습니다. "새벽에 어울리는 또는 새벽에 들으면 좋은" 음악이라고 하는 표현은 제가 만들어 내거나 한 건 아니고요, 저에 못지 않게 오랜 세월 동안 Pat Metheny를 좋아하고 음악에 미쳐있는 제 친구가 제게 한 말을 인용한 겁니다. 그 말을 듣고 나서는 그 사람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딱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새벽까지 술을 마시고 하는 것이 드물지만 20대일 때는 종종 있었습니다. 좋은 기억은 아니지만 몇 가지 조각들을 좀 떠올려 볼까요?

아마도 새벽 5-6시 정도였나 봅니다. 주변은 어둑어둑했고요. 저와 술마신 친구는 헤매면서 어디 가서 잠간이라도 잠을 자고 가려고 여관을 찾고 있었는데요. 저희 뒤쪽에서 한 집단이 걸어오는 소리가 나서 뒤돌아 보니 학교 도서관으로 공부하러 가는 학생들이였어요. 아마도 죄책감이라고 해야겠죠? 술을 너무 오래 마신 것외에 큰 잘못은 없었습니다만...

훤히 밝은 다음까지 마시다가 친구 둘이랑 세 명이서 아파트 놀이터에서 누가 턱걸이 많이 할 수 있나하고 철봉대 근처에서 놀았던 기억도 있고요. 뭐가 그리 웃겼는지 막 배가 아프도록 웃었습니다. 우리가 그 때까지 있었던 것은 그저 서로 헤어지기 싫은 마음 때문이였던 것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시간이 많은 때여서 바로 다음 날에도 만날 수 있는 시절이였는데도요.

이 외에도 너무 많지만 재미도 없는 얘기를 더 늘어놓지는 않는 것이 좋을 듯 하고요. 제가 말씀드린 "Offramp" 앨범 뿐만이 아니고 Pat Metheny의 많은 음반들이 허전한 마음을 달래줌을 여러 번 느꼈습니다. 저는 음악이라면 별 안 가리고 좋아하는데 Jazz만 별로 친하지 않습니다. 왠지 잘 와 닿지가 않습니다만 Pat Matheny만은 예외입니다. 좋다보니까 자꾸 좋은 쪽으로만 해석하게 되기도 합니다. 몇몇 음반들의 몇 곡은 제게는 소음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 것들도 있는데요. 아, 'Pat의 실험정신은 알아줘야 돼' 이런 말을 한 제 자신도 기억이 납니다.

Pat Metheny의 음악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여러 번 쓰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203YsfItas8

Pat Metheny 초기의 아름다운 연주 음악 "James"입니다. 화질도 음질도 다 좋은 듯 해서 한 번 보시라고요.

댓글 4개:

  1. 오랫만에 듣는 Pat 에 관한 이야기 이군요. 갑자기 옛 생각이 무럭무럭 납니다 ㅎㅎ
    갑자기 제가 처음 그의 앨범을 사게됐던 80년대 중반이 떠오릅니다. 그 당시 저는 재즈에 심취해서 아얘 학교에서 교양과목중 재즈의 역사 과목까지 들어가며, 아얘 이이곳저곳에 있는 유명하단 재즈클럽을 전전하는 좀 전신없는(?) 생활을 다
    하던 중 이었지요.
    당시 전통 재즈밴드에 심취했던 그 시절, 지인에게 소개받아 듣게 된 앨범이 바로 팻 메트니의 Travels 라는 라이브 앨범 이었습니다.
    그때 그 음악을 듣고 뭔가 꽝 하는 느낌이 들었지요. 와! 대단하다... 이런 음악도 있네? 하며 말입니다. 너무 놀라운 음악 이어서 그 즉시 산 기억이 있습니다 (그 LP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간 당시 제게는 전혀 새로운 스타일의 멋진, 그리고 제 감성을 묘 하게 자극하던 그의 음악은 앨범 자켓에 있는 멋진 사진들과 더불어 아직 까지 제가 기억하는 앨범중 하나 입니다.

    오랫만에 팻 매트니 음악을 얘기해 주셔 감사합니다.

    H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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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Thank you. 저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감동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jazz라면 어렵다고만 생각했었는데, "Are you going with me?"를 들으면 "으, 간다 가"를 혼자 혹은 같은 듣는 친구들과 신음했던 기억이 아주 생생합니다. 주로 새벽에 방배동 근처의 카페에서 막 틀어달라고 해서 들었던 기억입니다. Pat Metheny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건 이번에 나온 "Orchestration"이라는 음반에서 혼자서 Orchestra연주를 하는 것처럼 정말 끊임 없이 발전을 추구한다는 겁니다. 물론 "Song X" album 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소음으로만 (적어도 제게는) 들리는 경우도 있었지만요. 하여간 흔히 하는 얘기로 한 획을 긋고 있는 아티스트임은 너무나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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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Orchestra를 연주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album 제목을 제가 orchestration으로 썼는데 그게 아니고 "Orchestrion"l이네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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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요 며칠 동안 매일 매일 위안이 좀 필요한 날들이였습니다. 다른 날도 그런 경우들이 종종 그런 적들이 있지만요. 오늘 "A Map of the World"를 찾아 듣고 있습니다. Pat Matheny가 Jazz musician인지 아닌지, 훌륭한 guitarist인지 아닌지 어느 쪽이 답이 되었든지 그의 음악, 특히 이 음반은 제게 따뜻한 위로를 줍니다. 누구와 말하면서 위로 받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할 때 한 번 들어 보세요. 물론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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