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한참 전의 일이긴 합니다. 서로 약속하지 않고 저녁때가 되면 슬슬 모여 놀던 장소가 있었습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렇게 했기 때문에 장소의 이동도 한 두 번은 있었고요. 주인장 사정으로 옮겨 가기도 했지만, 우리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한 둘 나오기 시작하면 슬쩍 빠져 나와서 다른 곳으로 한 두 번 가보고 서로가 맘에 들면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죠.
세 사람 정도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었고 두어 분 정도 매일 밤은 아니지만 자주 보는 형님들이 소위 "멤버"라고 할 수 있었죠.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매일 밤 만나서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날이 밝을 때까지 함께 버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모이는 사람 중의 몇몇은 비교적 큰 변화를 앞둔 전환기에 있어 막연히 불안해 하는 면도 있기는 있었지만, 다른 분들은 그야말로 생활인들이셨는데 왜 그랬을까요? 당시에 그런 질문은 한 번도 하거나 받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매일 웃으면서 한 잔씩 했죠.
저는 그 때나 지금이나 음악에 빠져 있었고 믹서를 사용하면서 몇 안 되는 손님들에게 제가 듣고 싶은 것들을 밀어부쳤겠죠, 아마도. 아침이 올 때까지 매일 밤 나가 있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낮에 일어날 수 있는 일도 일어나지만 술을 안 마셔도 조금씩 들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뭐든지 과장되어 보이죠, 더 크게, 더 대단하게.
새벽이 오기까지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어느 새 아침이 오면 항상 조금 창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일어나서 학교 가고 출근하고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으니까요. 즐기기도 했지만 걱정에서 자유롭지는 못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오늘 밤에 쓰지 않아도 Pat Matheny와 함께 맞은 새벽에 대한 글은 여기 적어도 몇 개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당시도 좀 극단적이였지만 최근 몇 년에는 그런 늦은 밤 또는 새벽을 밖에서 맞은 적이 거의 없네요.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겠죠. 아주 힘들 것이기 때문에 다시 또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퍼런" 새벽을 보고 싶기는 합니다. 일찍 일어나면 되겠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불안해 한다 하는 말은 선생님에게 들으면서 약간의 위안을 받았습니다. 불안하고 또한 외로운 거 아닐까요? 저만 그렇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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