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rase

phrase

2015년 6월 9일 화요일

아직은 밤에 좀 시원하네요 - Night of Wandering by Pat Matheny, Charlie Haden and Gonzalo Rubalcaba

https://www.youtube.com/watch?v=pr8CA9ILE8c

물론 한참 전의 일이긴 합니다. 서로 약속하지 않고 저녁때가 되면 슬슬 모여 놀던 장소가 있었습니다. 꽤 오랜 기간 동안 그렇게 했기 때문에 장소의 이동도 한 두 번은 있었고요. 주인장 사정으로 옮겨 가기도 했지만, 우리 말을 못 알아듣는 사람들이 한 둘 나오기 시작하면 슬쩍 빠져 나와서 다른 곳으로 한 두 번 가보고 서로가 맘에 들면 그곳에 정착하게 되었죠.

세 사람 정도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었고 두어 분 정도 매일 밤은 아니지만 자주 보는 형님들이 소위 "멤버"라고 할 수 있었죠. 도대체 무엇 때문에 매일 밤 만나서 취하도록 술을 마시고 날이 밝을 때까지 함께 버텼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모이는 사람 중의 몇몇은 비교적 큰 변화를 앞둔 전환기에 있어 막연히 불안해 하는 면도 있기는 있었지만, 다른 분들은 그야말로 생활인들이셨는데 왜 그랬을까요? 당시에 그런 질문은 한 번도 하거나 받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저 매일 웃으면서 한 잔씩 했죠.

저는 그 때나 지금이나 음악에 빠져 있었고 믹서를 사용하면서 몇 안 되는 손님들에게 제가 듣고 싶은 것들을 밀어부쳤겠죠, 아마도. 아침이 올 때까지 매일 밤 나가 있다 보면 여러 가지 일이 일어납니다. 낮에 일어날 수 있는 일도 일어나지만 술을 안 마셔도 조금씩 들떠 있는 경우가 많아서 뭐든지 과장되어 보이죠, 더 크게, 더 대단하게.

새벽이 오기까지 기다리지는 않았지만 어느 새 아침이 오면 항상 조금 창피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보통 사람들은 일어나서 학교 가고 출근하고 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으니까요. 즐기기도 했지만 걱정에서 자유롭지는 못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마 오늘 밤에 쓰지 않아도 Pat Matheny와 함께 맞은 새벽에 대한 글은 여기 적어도 몇 개가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 당시도 좀 극단적이였지만 최근 몇 년에는 그런 늦은 밤 또는 새벽을 밖에서 맞은 적이 거의 없네요.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가장 먼저 나오는 이유겠죠. 아주 힘들 것이기 때문에 다시 또 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 "퍼런" 새벽을 보고 싶기는 합니다. 일찍 일어나면 되겠죠.



2015년 5월 28일 목요일

하나 하나 잃어버리죠 - The Logical Song by Supertramp

하도 오랜 만에 제 의자에 돌아와서 그런지 모든 게 낯설고 어디서 시작해서 어떻게 멈춰야할지 떠오르지가 않습니다. 그런 건 생각하지 말기로 하죠. 이 노래 제목에 맞게 뭔가 일관된 논리를 내세워 보고 싶지만 그건 순전히 노래 처음 부분에 있던 제 생각이고 중간 이후로는 그런 생각이 있었다는 것 조차도 잊어 버렸습니다. 오늘 제가 얘기하고 싶은 것은, 감히 논리 등을 내세워 치장하려고 하는 저의 어설픈 생각이 하나이고 세월이 흐르면서 하나 둘씩 사라지거나 떨어져 나가는 친구들에 대한 것이 또 하나입니다. 둘이 어떻게 연결될 것인지는 저도 아직 모르겠고 노력은 해 보겠지만 얇은 실로 억지로 묶으려 하면서 끝낼 확률도 많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fBoYZqmcZuc

When I was young, it seemed that life was so wonderful,
어렸을 때 당연히 인생은 멋진 것이라 생각했었죠
A miracle, oh it was beautiful, magical.
제게 인생은 기적이고 너무 아름답고 마술인 듯 보이고 했죠
And all the birds in the trees, well they'd be singing so happily,
나무에 앉아 있던 새들도 너무나 즐겁게 노래 부르는 듯 보였어요
Joyfully, playfully watching me.
장난스럽게 나를 쳐다보면서 말이죠
But then they send me away to teach me how to be sensible,
그런데 바로 그 때 그들이 내게 정신좀 차리라고 말하기 시작했어요
Logical, responsible, practical.
논리적이고, 책임감 있고, 현실적인 사람이 되라고요
And they showed me a world where I could be so dependable,
그리고 그 다음에 그들이 내게 보여준 세상에서는 내가 완전히 의존적인 사람이 되어있는 거에요
Clinical, intellectual, cynical.
의사처럼 똑똑한 체하고 냉소적인 사람이요

There are times when all the world's asleep,
온 세상이 잠들어 있을 때에도
The questions run too deep
나의 의문들은 점점 더 심각해져요
For such a simple man.
제가 아주 단순한 사람인데도요
Won't you please, please tell me what we've learned
당신이 제발, 제발 우리가 뭘 배웠는지 말해 줄래요?
I know it sounds absurd
당신에게 내 말이 얼마나 멍청하게 들릴 거라는 거 알아요
But please tell me who I am.
그래도 도대체 내가 누군지 얘기좀 해 줘요

Now watch what you say or they'll be calling you a radical,
이제 내가 말하는 걸 잘 들어보세요. 안 그러면 그 사람들이 당신을 극단주의자라고 할 걸요.
Liberal, fanatical, criminal.
책임감 없는 미치광이 범죄자라고요
Won't you sign up your name, we'd like to feel you're
이제는 거기 명단에다 이름을 쓰세요
Acceptable, respectable, presentable, a vegetable!
사람들이 받아 들이고 존경하고 어디에서든 내세울 수 있는... 그런, 식물 인간들의 명부에요
At night, when all the world's asleep,
모든 세상이 잠든 밤에도
The questions run so deep
그 의문들은 사라지지 않아요
For such a simple man.
Won't you please, please tell me what we've learned
I know it sounds absurd
But please tell me who I am.

줄기차게 논리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습니다. 돈의 "가치"를 알고 그를 위해 땀을 흘리는 (흘리는 척을 하는) 사람으로 보이고자 노력은 했죠. 한 25년 동안 쯤이요? 이제 그만해도 될까요? 하나 하나 친구를 잃었습니다. 왜요? 단순히 이사를 가서요. 요즘 세상이라면 이해가 안 되지만 그랬습니다. 제가 혹은 그 친구가 이사가면서 연락이 끊긴거죠. 어떤 때는 볼 수 있는 친구의 수는 너무 적어서 큰 돈은 아니지만 얼마의 돈을 내고 해외에 있는 어떤 학생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습니다. 한 두 번만 편지를 주고 받으면 관계에 대해 심각한 생각을 했습니다. 같이 뭔가 엄청난 것을 하겠다는. 논리적이고 현실적인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고 그친구들을 하나씩 잃으면서 불편하지도 고통스럽지도 않았느데. 왜 오늘 갑자기 아픈 건가요?